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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28, 2020

'고통 속의 즐거움'…옌롄커 문제작 '레닌의 키스' - 조선일보

milanokabar.blogspot.com
입력 2020.08.28 15:47

 레닌의 키스
레닌의 키스
혁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여러 폭력들을 목격한 마오즈 할머니와, 혁명을 의심 없이 신봉하며 혁명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야망을 실현하려는 류 현장 사이에서 서우훠마을 사람들은 이리저리 부대낀다.

작가 옌롄커는 서우훠 사람들의 입을 빌려 "제가 평생 할머니 말씀 잘 들었잖아요. 하지만 좋은 세월이 한 번도 없었어요"고 말한다.

2003년 출간된 저자의 장편 소설 '레닌의 키스'의 원제 '수활(受活)', 즉 '서우훠'는 중국 북방 방언으로 '고통 속의 즐거움'을 뜻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어판 번역자가 붙인 '레닌의 키스'라는 제목이 유럽과 영미에 유통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져 한국어판도 이 제목으로 나왔다.

이 작품에 대해 욕 하는 사람은 책을 땅바닥에 내던졌고, 칭찬하는 사람은 이 소설을 천상의 작품이라고 노래했다. 그렇게 '레닌의 키스'는 극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작가 자신의 삶과 운명을 뒤바꾼 문제작이 됐다. 27여년간 직업군인으로 군대에 몸담으며 창작활동을 병행해온 저자가 펑황위성TV에서 책 소개 인터뷰를 한 후 이튿날 군대 상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상관은 이유를 덧붙이지 않고 저자에게 군에서 나가도 좋다고만 했다. 그가 '연월일'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 등을 발표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그렇게 그는 이 작품과 함께 군대에서 쫓겨났다.

서우훠마을이 레닌의 유해를 구매하는 거대한 계획에 투입되면서, 이 계획 아래 크게 두 가지 힘이 대립한다. 마오즈 할머니와 류잉췌 현장이다. 두 사람은 각각 '반혁명'과 '혁명'을 상징하며 각자의 거대한 자장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몸의 어딘가가 성치 않은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 고요히 모여 살고 있는 서우훠마을. 밀이 익어가던 어느 해 여름, 마을에 이레 동안 열설熱雪, 즉 눈이 내리자 마을을 구제하겠다며 관리 류 현장이 찾아온다.

류 현장은 서우훠마을 사람들이 장애를 이용해 묘기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는 공연단을 조직해 입장료 수입으로 레닌의 유해를 구매해 오겠다는 황당하고도 무모한 계획을 세운다.

류 현장의 이 야심찬 계획은 서우훠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기이한 변화와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과연 이 마을의 변혁은, 혁명은 가능할까? 김태성 옮김, 752쪽, 문학동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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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8, 2020 at 01:4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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