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부쩍 자위대의 위상과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와 사실상 ‘군사동맹’을 협의하고, 미국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실험을 벌이면서 우주 개척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 정권 교체기라는 어수선한 시기 대북(對北)·대중(對中) 견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군사 강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군대 없는 日, 호주와 군대 간 협정 맺다
이 협정은 자위대와 호주군이 공동 훈련이나 재해 구조를 할 때 출입국 수속을 간소화하고, 과세나 처벌 등의 규칙을 사전에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호주를 미국에 이은 군사 동맹국으로 간주하겠다는 취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자유와 민주주의 등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양국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에 함께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할 때 미국이 자주 꺼내 드는 표현이다. 호주와 함께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겠다는 게 해당 협정의 목표라는 의미다.
하지만 스가 정권이 중국의 위협을 구실삼아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에 나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일본 헌법인 평화헌법상 자위대는 엄밀히 말해 군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호주군과 같은 지위에서 대등한 협정을 맺겠다고 나선 데는 그런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평화헌법에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기하려는 스가 정권 입장에선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격상시킬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미국과는 공동 미사일 개발
일본은 해당 미사일이 미·일 공동으로 개발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국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과 함께 구축하고 있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MD)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이 지역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美의 우주 전장화에도 적극적
이미 일본은 우주 공간에서 미국의 가장 적극적인 우군을 자처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내년도 예산안에 미국의 새 미사일 방어 구상인 ‘위성 콘스텔레이션’ 참여를 전제로, 해당 분야의 조사 연구비를 포함할 계획이다.
위성 콘스텔레이션은 우주 저궤도에 수백기의 감시위성을 올려 저고도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위성군을 의미한다. 미국이 전장(戰場)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산케이신문은 “미국의 개발 상황을 파악해 일본이 강점을 보이는 고감도 적외선 센서로 해당 사업에 참여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우주 전장화(戰場化)’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군사 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일본의 방위예산도 매년 증가세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9월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5조 4000억엔(약 60조 1349억원)이 넘는 방위비 지출 계획을 요구서에 담았다. 이는 한국의 내년도 국방예산안 50조1527억원보다 10조원이 더 많고, 2020년도 방위성 요구액인 5조 3223억엔(확정 예산 5조 3133억엔)을 뛰어넘는 규모다.
2015년도 약 4조 9800억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일본 방위예산은 7년째 매년 최대 규모를 갱신하고 있다. 추이만 놓고 보면 제2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9년 연속 상승세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November 21, 2020 at 03:00AM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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